최근 종교학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앞으로 여러 책과 아티클, 논문을 읽으며 생각한 것들을 이렇게 글로 남길 생각이다.
종교학이란 무엇인가? 그 전에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라 하면 사람의 머리 속에 보통 떠오르는 모습들이 있다. 교회당에서 예배드리는 기독교인들을 떠올릴 수 있고, 누군가는 산자락에 위치한 절을 떠올릴 수 있다. 이는 모든 현대인이 종교에 대한 다양한 관념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이 가진 다양하고 폭넓은 생각을 모두 아우르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종교학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얘기하면 종교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종교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것이 종교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종교학은 17-18세기 계몽주의가 등장한 이래 종교라는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던 학자들의 연구가 근간이 된 학문이다. 신학이 만약 특정 종교에서 믿는 교리와 가르침을 공부대상으로 삼는다면, 종교학은 종교라는 것이 포괄하는 모든 현상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예를 들자면 신학교수는 신학교에서 목회자 후보생들의 성서 해석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성서원어 교육을 시킬 수 있다. 그런데 종교학자는 더 나아가서 “왜 미국의 복음주의권 신학교들은 다른 인문학적 소양보다도 성서원어 교육에 집중하는가?”와 같은 주제로 앞서 얘기한 신학교수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 관측하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영역들이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된다면 종교학은 가능하면 관측가능한 영역과 정의내릴 수 있는 영역만 연구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때로 신학과 종교학의 경계가 흐려지는 부분도 있으나 지금의 단락에서 이를 논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학교육만 받아왔는데, 신학교육의 초점은 결국 신자들의 신앙을 위해 성서를 해석하는 훈련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은 어찌보면 체계적 신학교육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인 고대교회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세, 근대를 지나 현대가 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 문제가 야기되었다.
현대 신학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나열하기 시작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테고, 내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다가왔던 문제점은 현대인의 시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편협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편협하게 길러진 목회자는 교회에 출석하는 신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점점 공신력을 잃어간다. 이런 문제점을 느끼면서 나는 20대 중반이 되었고, 공부는 성실하게 했지만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했다. 목회자를 꿈꾸던 내가 가야할 방향을 무엇인가? 이대로 선배들이 따라간 방향만 따라가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내 마음을 채웠다.
그러던 중 점점 어려운 책들을 읽고, 석사 과정을 밟게 되면서 한국 신학교육의 문제점을 추가로 발견했는데, 바로 인문학적 관점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복음주의권 신학교육도 그렇지만 한국의 신학교육을 받은 목회자 훈련생들은 상당부분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 문제는 문사철이라고 부르는 문학, 철학, 역사의 영향을 전혀 모른채 신학을 공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철학은 기독교 교리와 분리해서 볼 수 없고, 서양의 문학 역시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역사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신학교육은 일반 역사, 철학, 문학이 기독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교회의 관점에서, 교회는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교회의 교리는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정도만 가르친다.
그렇기에 나는 종교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종교학은 문사철을 비롯해 다양한 인문학과 사회과학계열 학문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종교는 워낙 다양한 측면이 있기에, 교회 내부에서만 있던 신학생이 알 수 없었던 점들을 알려준다.
한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보통 종교학은 특정한 신앙의 관점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중용한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나는 기독교 신자이고, 목회자이며, 앞으로도 신앙의 관점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게 되면 신자들과 종교학도들이 동시에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가진 특정한 관점을 버리고 완전히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결국 내린 결론은 부딪혀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은 신앙을 가진 종교학도는 어딜가나 많다는 것이다. 종교학자들도 아직 신앙의 관점과 객관적인 관점에 대한 시각을 확립하지 못한듯 한데 지금의 내 수준에서 결론내리기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 아닐까 싶다. 차례대로 부딪혀봐야겠다.
내가 선택한 텍스트는 다음의 3권의 책이다.
- Bradley L. Herling, A Beginner’s Guide to the Study of Religion
- Daniel L. Pals, Eight Theories of Religion
- Carl Olson, Theory and Method in the Study of Religion
첫번째 책은 학부생 정도 수준의 학생들을 위해 간편하게 쓰인 책이다. 두 부분으로 나눠서 앞부분에는 종교학의 정의 및 전제들을 먼저 알려준 뒤에 종교학의 근간이 되었던 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Theory와 Method, 즉 이론과 방법론을 어느정도 구분하여 소개하는데 문체가 간결하고 명확하여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알아 들을 수 있게 알려준다.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단점이 있다면 각각의 학자들을 2-3페이지 정도로 정말 간단하게 소개한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을 메우기 위해서 남은 두 책을 선정했다.
두번째 책은 “종교에 대한 여덟가지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이 책은 아예 여덟명의 학자들을 추려서 20-30페이지 정도를 각각 할애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나름 알려진듯 한데, 원래 Seven Theories of Religion에서 출발했던 책이 개정판이 꾸준히 출간되어 현재 영문은 Ten Theories of Religion까지 출간되었다.
세번째 책은 아마존에서 직접 구매했는데, 유명한 학자들의 원문을 발췌하여 담아서 출간된 책이다. 저자가 아예 학부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를 저작할 목적으로 출간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종교학자들의 원문 책을 한국에서 구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해야 할까 고민이 많던 차에 이 책으로 나름 구멍을 메울 수 있게 됐다. 위의 두 책은 2차저작이기에 학자들의 1차 저작을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이 책들도 어느정도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은 아예 책을 구해다 원문을 읽을까 싶긴 하다.
이정도 3개의 저작은 2-3달 안에 틈틈히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번 책이 2번 책보다 더 많은 학자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1번 책을 토대로 차례대로 한명한명의 학자들의 저작을 읽을 생각이다. 1번 책과 2번 책에서 둘다 등장하는 학자는 각각의 책 모두 읽어본 뒤에 3번의 책으로 원문을 읽을 생각이다. 틈틈히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각 학자의 생각을 소개해보고 내 나름의 생각을 남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