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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박사과정 준비 소식

미국 박사과정 지원기 (7) 교수진 조사하기

by 성서학 대학원생 2025. 6. 7.

내가 지원할만한 학교를 조사하면서 꼭 거쳐야 하는 작업은 같이 연구할만한 교수를 추리는 작업이다. 그냥 좋은 학교라고 다 갈 수 있는게 아니기도 하고, 더군다나 요즘은 처음부터 연구주제가 가장 잘맞는 학생을 뽑는 추세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밴더빌트 석사 지원하면서부터 다양한 학교의 교수진을 어느정도 파악해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박사지원을 위해서 따로 조사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각 교수의 구체적인 연구주제가 뭔지 파악하는건 공부하는 과정 중에 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현재 석사 지도교수님과 성향이 비슷한 교수들이 있는 학교에 최종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Fit-핏을 맞춘다고 표현한다. 

최근 박사과정의 성패는 결국 이 핏이 맞느냐 다르냐에 달려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지원자여도 우리학교 교수진의 연구주제와 맞지 않으면 뽑을 수 없다는게 교수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예를 들어서 역사학 박사과정 지원생 한명이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를 모두 구사할 줄 알고 근대 이슬람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보자. 이 지원자가 설령 논문을 이미 석사 시절에 5개나 출판했고, 학계의 빅네임으로부터 추천서를 3장 받은 실력자라고 하더라도 지원한 학교에 근대 이슬람 역사교수가 없다면 꽝이다. 절대 뽑을 수 없는 지원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교수가 된다면?


마치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교수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쉽다. 슈퍼맨이 초능력이 없는 사람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초능력자 중의 초능력자 슈퍼맨이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사람이 슈퍼히어로가 되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대로 배트맨이 슈퍼맨과 같은 초능력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을 가르칠 수는 없다. 


물론 위의 예시를 든 정도로 극단적인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매한 경우는 종종 생긴다. 

 

예를 들어 내 연구주제가 초기기독교를 탈식민주의적 관점으로 보는 것인데, 이 분야는 사실상 이 방면에서 신생분야에 가깝고 연구하는 사람이 꽤 한정적이다. 다른 한 분야는 초기기독교 사회사인데, 이게 좀 방면이 넓은 편이었다. 이 두가지를 엮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게 나의 논지였다. 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각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교수로 재직하는 학교에 지원해야 한다. 문제는 생각보다 두 분야를 아우르는 교수진을 모두 가진 학교가 많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교 마저도 사회사/사회과학비평 전문 교수는 있지만 탈식민주의를 전문적으로 하는 교수는 없다고 보아야 했다.  

이처럼 박사과정 지원시에 교수와의 핏을 잘 맞춰야 한다. 미국 박사입시는 한국식 입시처럼 정량적인 기준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