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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미국 대학들의 위기

by 성서학 대학원생 2021. 12. 15.

미국의 주요한 대학인 콜럼비아 대학의 대학원생 노동조합이 20년간 학교의 싸워온 것을 보도한 기사.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로 넘어갑니다.

 

미국에서 유학하신 베이비부머 세대분들의 말을 접하다보면 종종 국내 대학 사정과 미국 대학 사정을 비교 하시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럴때마다 항상 나오던 말이 미국은 20년동안 모기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도 연구비가 20년간 지원된다는 말이었다. 

근데 최근에는 이런 말을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나는 미국 대학들의 자금 사정이 매우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대학의 자금 사정난의 직접적인 영향은 3가지의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됐다: 1) 등록금의 증가, 2) 종신 교수직 축소 및 시간 강사직 확대, 3) 대학원생의 직원화 

1) 첫번째로 직접적인 영향은 등록금의 증가다.

70-90년대 미국 주립대학, 즉 국가의 지원으로 주로 운영되는 공립대학들은 상당한 양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자신이 60년대에 대학 다니던 시절 50불을 내고 한학기를 다녔다고 증언했다. 

https://educationdata.org/average-cost-of-college-by-year

위 링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70년대 미국 주립대의 1년 등록금 및 기타 비용을 합친 금액은 천불을 넘어가지 않았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천불을 넘어가는데, 90년대 초에 2천불을 넘어간다. 증가폭은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다가 2000년 초에는 이미 3500불정도 였다. 2000년대 초에 3500불 가량이었던 등록비는 2010년대를 지나서 6000불, 7000불에 육박하게 됐다. 같은 시기 사립대학은 더 빠르게 증가했다. 왜 가파르게 증가했을까? 대학들이 욕심이 많아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주정부와 연방정부 등 여러 공적인 지원금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내가 미국 정치 사정에 밝지 않기 때문에 왜 지원금이 줄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원금이 줄어들고 난 후에 그 대가는 학생들이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등록금이 증가하자 자연스레 학자금 대출도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뛰었다. 미국의 수많은 대학졸업자들이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에 시달리고 있다. 

2) 두번째 영향은 미국의 대학들은 종신교수직을 축소하고 시간 강사직을 확대하게 되었다. 

종신교수직 하나를 유지하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기에 축소시키고 강사직을 확대시킨 것이다. 종신교수직을 유지하는 비용은 월급+연구생, 조교들 장학금+연구비+보험비+거주비용+기타부대비용 등이 들어간다. 종신교수들이 활발하게 학계 활동을 하면 비행기 타고 이동한 비용도 대학에서 대준다. 그러나 시간강사라면 그렇지 않다. 시간강사들은 이런 기타 등등의 비용까지 충당해줄 필요도 없고 월급도 종신교수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학교에서 돈을 크게 아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최저시급이 간신히 될까말까 하는 시간강사의 월급 정도는 박사과정 학생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금보다도 적다.

시간강사가 늘어나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점은 종신교수나 학교 직원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신 교수의 숫자가 줄어드니 당연하게도 살아남은 종신교수들의 역할은 늘어났다. 대학, 특히 대학원에서는 종신교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꽤 된다. 대학원생 지도, 학교회의 참석, 각종 위원회 소속이 되며 학교내 대외 행사에 학교 소속으로 참석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종신교수의 숫자가 줄어들었기에 살아남은 종신 교수들의 부담은 배로 증가하게 됐다. 

동시에 시간강사들의 부담도 늘어나게 되었다. 연구실도 없는 시간강사들은 연구자료와 책도 들고다녀야 하고, 학교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밝지 않다. 학교의 회의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학교의 위원회에 소속될 수도 없다. 어떤 시간강사들의 경우 학교 자료에도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다고 들었다. 결정적으로 수업에 필요한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학생 연락부터 시작해서 수업 채점 등 종신교수라면 조교가 도와줄 일을 시간강사가 처리한다. 결국 제한된 자원을 가진 시간강사는 종신교수라면 간단하게 처리할만한 행정적인 일에 자신의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자연스레 연구시간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가면 갈수록 연구자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3) 세번째 영향은 대학원생의 직원화다.

대학원생이 직원화되었다는 건 시간강사들의 사정과 비슷하다. 학교 직원과 종신교수들이 축소되고 많은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대학원생들이 그 부담을 지게 되었다. 문제는 동시에 학생들을 향한 지원금과 장학금도 대폭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부담은 늘어났는데 지원금과 장학금 마저도 축소되었다? 그 말은 대학원생들의 삶의 질이 대폭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많은 학교들이 자기 학교는 "풀펀딩", 전액장학금을 지원하고 생활비도 지원한다고 자랑스럽게 광고한다. 문제는 풀펀딩이라는 이름 안에 학교 내외의 사정은 생략되어있다. 많은 학교들은 대학원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도시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다면 원룸 하나 얻기 위해서 천불에서 그보다도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풀펀딩이라는 장학금에 혹 보험비가 포함되어있지 않다면 학생들은 더 많은 비용을 치뤄야 한다. 미국이니 차도 써야 할테고, 지역에 따라서 물가도 천차만별이다. 연간 2만불 정도 되는 생활비 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 와중에 종신교수의 숫자는 줄어들었기에 내가 존경하는 교수를 만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예전보다 교육 수준이 올랐는지 학교들의 경쟁률은 더 높아졌다. 점점 높아지는 경쟁률, 그보다도 빠르게 증가한 등록금, 점점 어려워지는 대학 사정에 학생들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심지어 대학별로 대학원생 노동조합, 시간강사 노동조합이 조성해서 학교 고위직원과 이사진과 연봉협상을 했다는 말도 듣게 되었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건 유학이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70-90년대에 유학 다녀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눈물 없이 듣기 힘들다. 우리 아버지도 유학을 한번 더 다녀와야 한다고 하면 차라리 군대를 두번 가겠다고 하신다. 

내가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도 더 이상 순수하게 학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게 되어 간다는 것이다. PhD 졸업자들은 종신교수직에 취업하기 위해서 몇백대 1의 확률을 뚫어야 한다. 콧대 높은 아이비리그 졸업자들 마저도 이제는 이름도 못 들어본 삼류대학 교수직에 지원한다. 

미국의 현실도 이럴진데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의 현실도 더했으면 더했지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최근에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달라, 대학원생 대우를 높여달라, 장학금을 더 마련해달라고 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종신교수들마저도 교수의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은 위기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