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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

미국 대선 얘기 2024년 7월 2일(화)

by 성서학 대학원생 2024. 7. 3.

 

미국 대선이 11월에 있다. 최근 벌어진 대통령선거 토론회로 인해 미국인들이 다들 나름의 충격에 휩싸였다. 트럼프는 법정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당당한(?) 모습으로 이전보다 더 철면피를 깔고 무참하게 바이든을 토론에서 박살 냈다. 미국의 평론가들 중 중도나 진보적인 인사들은 대체로 이를 트럼프의 승리, 바이든의 패배라기보다는 미국 민주주의의 패배라고 말한다. 

토론 전 바이든은 절대적 우위에 서있었다. 트럼프는 명백히 유죄를 선고받았고, 다양하게 공격 받을 요소가 충분했다. 바이든이 그 수많은 의혹 중에서 몇 가지라도 제대로 반박하고 얘기했더라면 토론회의 승자는 바이든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이든은 역대급으로 토론회를 말아먹고 거의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다. 

토론회의 평가는 뒤로 하고, 이번 미국 대선이 좀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평론가들이 말한다. 이번에 당선될 미국 대통령은 최대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 9명의 대법관 중에서 4명은 50대, 60대 2명, 70대가 3명이다. 60대중 한 명은 현 대법원장인데, 내년이면 70대가 되고, 70대 중 한 대법관은 이제 막 70대가 됐다. 하지만 70대 3명 중 2명은 둘 다 74, 76대라서 다음 대통령의 임기 중에 은퇴하거나 사망(!)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대법관은 알려진 것처럼 종신직이다. 20세기 들어서 점점 평균연령은 높아져가니 대법관의 임기도 점차점차 길어지고 있다. 최근 대법관들의 임명 연령이 50대 정도에 이루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다음 대통령때 임명될 대법관은 최소한 20년, 최대 30년 정도 대법관을 할 여지가 있다. 2020년에 사망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93년에 임명돼서 27년 정도 대법관을 지냈다. 다만 긴즈버그는 60대에 대법관을 시작했고, 최근의 대법관에 비하면 다소 늦은 나이였다. 만약 이다음에 임명되는 대법관들이 50대 초반쯤 시작하고, 긴즈버그와 같이 80대 후반까지 한다면 임기를 30년도 넘게 가져갈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 특히 진보진영 쪽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긴즈버그의 사망 이후 대법관들이 6:3으로 보수쪽 인사들이 많아지면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임기 중에 보수 쪽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많이 나왔다. 점차적으로 연방대법원의 정치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보진영 쪽에서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미국 향후 20-30년 이상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바이든이 임기를 이어가서 최소 2명의 진보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면 6:3이었던 대법관들의 구도가 반대로 4:5가 된다. 반대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는 기를 써서 어떻게든 대법관을 임명할 기회를 충분히 가져가려 할 것이고, 대내외적인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진보진영에서 거의 확신하는 것은 나이 많은 연방대법관들이 정치적인 연유로 조기에 은퇴하여 트럼프로 하여금 보수적인 대법관을 임명토록 유도하거나 말을 미리 맞출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점이다. 현재 70대 중반의 법관들의 경우 운이 나쁘면 병으로 사망할 수 있는 나이다. 그들이 보기에 트럼프 후에 유력한 공화당 대선주자가 없어서 혹여 정권이 바뀔 경우를 대비하고자 스스로 조기 은퇴하고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인사가 임명되기를 바랄 가능성도 다분하다. 

실제로 몇년전 사망한 긴즈버그 대법관의 경우 거의 20년간 암투병과 대법관 생활을 병행해 왔는데, 2009년쯤인가 오바마 임기 중에 미리 조기은퇴하고 다음 진보성향 대법관에게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다만 긴즈버그 본인의 의사로 은퇴하지 않다가 결국 2020년에 암으로 끝내 사망했고, 그때 나이가 이미 87세인가 했다. 이때는 트럼프 임기 마지막 2 달이었는데 얼른 임명을 강행해서 보수성향의 인사가 대법관이 되었고 이로 인해 현재 구도는 6:3이 되었다. 진작에 그만둘 수 있었던 긴즈버그가 생각을 잘못했다는 평가가 있고, 이런 선례를 감안하면 보수 쪽에서 70대 중반의 대법관 두 명을 교체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든 대통령마다 대법관 임명은 한번씩 있을만한 일이지만 최대 3명이나 걸린 일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걸린 게 많은 선거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트럼프는 20세기 이후 가장 많은 수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한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트럼프가 한국에 미치는 외교적인 영향이나 정치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해서 그의 공과를 내가 평가하기는 좀 그렇다. 다만 이민자, 난민, 유학생과 같은 비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기 때문에 다소 곤두설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2016년에 당선되어 학부를 2015년에 졸업한 나는 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 비자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더 늘었다고 많이들 얘기하곤 했다. 그때 Harvard Crimson의 기사를 본 기억으로는 중동아랍계 대학원생들이 직접적으로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영향을 받았었다. 이번에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중요한 선거라는 인식이 계속해서 미국 내에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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