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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대학원생🗃📚🧑‍🏫🧑‍💻📄

약탈적 학술지와 학문적 공동체

by 성서학 대학원생 2024. 7. 20.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article/2024/jul/16/academic-journal-publishers-universities-price-subscriptions

 


최근 미국의 학문계에서 학회지나 저널에 투고하는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수십년전 학교나 학회에서 직접 학술지를 운영하던 것과 다르게 요즘은 대형 출판사나 출판회사들이 역사가 깊은 저널의 권리(?)를 구매한 후 운영하고 있다. 전문 회사들이 다수의 학술지를 사들이고 운영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이러한 회사들이 막대한 양의 구독료를 청구한다는게 비판의 주된 요점이다. 굳이 필요 없는 학술지까지 모두 묶어서 대학교나 기관에 막대한 양의 구독료를 지불하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학술지를 생산하기 위한 노동은 결국 교수들과 학자들이 한다는 것이고, 학자들의 연구를 위한 자원과 자본은 대학이 지원하고 있는데, 해당 학술지를 읽어보기 위해서 대학이 다시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는 이상한 구조라는 것이 첨부한 기사의 주장이다. 

종종 대학원생들이나 학문계 종사자들이 스스로 풍자하면서 올리는 삽화에서 이런 우스개소리를 하곤한다.

박사1: 와! 드디어 저널에 투고했어!
친구1: 와! 축하해! 그래서 보수가 어떻게 돼? 
박사1: 보수??
친구1: 아! 그럼 이제 학교 정교수가 되는거야?
박사1: 정교수???

그러니까 학문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 박사들이 힘든 연구를 해서 학술지에 투고 했을때 막상 돌아오는 보상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라며, 한편으로 똑똑한 자신의 친구가 학술지에 투고한다고 해서 정교수를 보장받기도 어렵다는 현실을 스스로 풍자하는 것이다. 약탈적 학술지 문화라던가 박사들의 지원금 문제는 여러번 들어봤지만 큰 자본을 가진 회사에서 이러한 식으로 저널을 운영한다는 주장은 처음 들어본듯 하다. 

다만 이는 영미권과 유럽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같고 우리나라에서도 해당되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또 내가 출판계 종사자가 아니고 그 세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 큰 자본을 가진 회사들이 그런식으로 운영하는 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워서 주장을 팩트체크하기 어렵다. 누가 좀 더 구체적으로 파주면 좋을만한 주제긴 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학술지를 아무런 구독료를 받지 않고 회사나 기타 자본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식의 학문 공동체가 꽤 늘어나고 있다. 내가 즐겨 읽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한국고대근동학회: https://kanes2022.modoo.at
현재의 중동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의 고대사를 연구하는 고대근동학. 사실 영미권과 유럽을 제외하면 고대근동학은 어느 나라에서도 인기가 없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는데, 애초에 해당전공이 개설된 대학이 없다. 대부분의 고대근동학자 분들은 신학자로서 구약학과 함께 고대근동학을 전공하여 신학교에서 임용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뜻이 있는 분들이 모여서 만든 학회가 고대근동학회. 1년에 몇번 정도 학술대회를 가지고, 학회의 정회원 되시는 분들이 학회지를 분기마다 한번씩 출간하여 무료로 배포중이다. 애초에 내 전문분야가 고대근동학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읽어주면 좋을듯하여 나올때마다 읽고 있다. 

서평지 엠마오: https://emmausbooksreview.stibee.com
목회자, 신학전공자, 출판업 종사자등등 신학계 전반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모여 만든 무료 서평지. 신앙서적보다 학문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신학서적 서평을 매달 보내준다. 어느정도 신뢰할만한, 진지하게 신학공부를 하면서도 한편 교회의 상황과 일반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


Syndicate Network: https://syndicate.network
신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학문 공동체다. 주된 콘텐츠는 신간을 리뷰하고 그 신간에 대한 답변을 여러 학자들이 게재하고, 저자가 거기에 직접 답변도 다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학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담하는 광경을 글로, 그것도 공짜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몇년간 출간된 바울서신에 대한 학술서적에 대한 다양한 리뷰를 읽을 수 있다. 파울라 프레드릭슨의 이방인의 사도 바울도 게재되어 있다. https://syndicate.network/symposia/theology/paul-the-pagans-apostle/

Ancient Jew Review: https://www.ancientjewreview.com
제2차 성전기 유대교를 비롯해서 초기 유대교 및 랍비시대 유대교까지 고대 유대교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글이 올라오는 사이트다. 운영진은 꽤 젊은 학자들로서 대개 유대학 전문가거나 성서학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콘텐츠 형식은 논문, 서평, 포럼, 교수법이나 팟캐스트까지 다양한 내용이 올라온다. 성서학에서도 유대교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면 거의 다루고 있어서 최근의 논의에 대해서 유대교와 관련된 게 있다면 꾸준히 들여다보면 꽤 도움이 된다. 

처음에 첨부한 기사는 꼭 신학이나 성서학에 국한된 내용은 아니고 이공계와 인문학을 가리지 않고 학문 전반에 대한 얘기하고 있다. 큰 자본을 가진 회사들이 중간에서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는 게 정확한 진실은 아닐지라도 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다양한 형태의 학문공동체가 생기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있을 듯 하다.

 

Academic journals are a lucrative scam – and we’re determined to change that | Arash Abizadeh

Giant publishers are bleeding universities dry, with profit margins that rival Google’s. So we decided to start our own, says academic Arash Abizadeh

www.theguard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