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성탄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주말마다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이번 성탄절에는 제가 사역하는 곳에서 행사를 가졌습니다. 2020년도에는 비대면으로 성탄 행사를 했으니 굉장히 오랜만에 성도님들을 모시고 행사를 했습니다. 일요일에 정규 예배 시간에 했고 거리두기로 지키면서 하긴 했으니 정부의 수칙은 어기지 않은 셈입니다. 다만 우려가 많긴 했습니다. 바로 직전 22-23일경에 성도 한분이 외부에서 확진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제 와이프가 근무하는 곳에서도 다른 부서의 직원이 확진 되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참 바짝 다가왔는데 행사를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제가 사역하는 곳은 코로나가 유행하는 지난 2년간 방역수칙이 허용하는 한계만큼 예배를 드리고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근데 제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성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제 눈으로 보기에 우려스러운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걱정이 많지만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조심하도록 회의에서 의견을 내고 제가 운영하는 부서에서도 최대한 조심하도록 독려하는 일 뿐입니다. 저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코로나 기간 중에 저를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비대면 예배였습니다. 비대면 예배가 힘들어서 문제가 아니고 제 성향과 너무 잘 맞아서 힘들었습니다.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제 특성상 정말 몇몇 사람만 마주치게 되는 비대면 예배는 오히려 제 정신건강에 이로웠습니다. 문제는 성도들이었죠. 사역자인 저는 예배를 운영해야 하니 몇명의 사역자들과 함께 큰 예배당에서 대면 예배를 드리는 중이었고 성도들은 계속해서 비대면 예배를 드렸습니다. 비대면 예배가 진행되면 될 수록 제가 맡아서 사역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신앙은 불안해졌습니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그랬습니다. 사역자들과 봉사자들의 힘으로 성공적으로 비대면 예배를 운영하고 있지만 막상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은 신앙이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성도들의 신앙이 불안해지고 있다고 느낀 것이 이번년도 여름이었는데, 저는 이 시점에서 사역자로서의 제 정체성과 제 개인적인 성향이 부딪힌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MBTI로 말하자면 저는 극단적인 I와 T이고, 사람을 별로 마주치지 않는 비대면예배가 잘 맞습니다. 반면 사역자로서 성도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E나 F의 성향을 가지는 것이 더 좋을텐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성도들의 신앙이 불안해보이면 자연스레 몸부터 나가는 사역자가 있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어렵고 힘들어보이면 일부러 몸을 움직여서 도우려 했습니다. 그렇게 금토일 교회에서 사역하고 나면 월요일이 되어서 지쳐서 일어나지 못한채 오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번학기부터 ThM 학위로 성서신학 공부를 시작하고보니 제 개인성향과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논문쓰고 북리뷰 쓴다고 밤을 꼴딱센 적이 많았지만 그게 또 재미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온라인으로 수업듣고 거의 혼자서 공부하고 있지만 그게 또 성향과 잘 맞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제 개인적인 성향이 더 극단적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제가 신학교를 가고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유는 사역자가 되겠다는 소명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시점에 와서는 사역자의 길을 가는 것이 나의 소명이 맞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교수가 되는 것이 나의 길일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코로나 3년째를 맞이하는 내년이 되면 조금 더 생각이 좁혀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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