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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및 소개/📜 파피루스 얘기

파피루스 고대 그리스어 편지 읽기: P.Mert 2.82

by 성서학 대학원생 2024. 8. 14.

신약 성경에 많은 편지들이 담겨 있지만, 일반적인 편지들도 역사적 자료로 많이 남아있다. 시대가 좋아서 그런 자료를 그냥 집에 앉아서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학자들이나 대학원생들만 쓰는 자료고, 고대 그리스어를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좀 어렵다. 더군다나 구독료가 너무 비싸서 개인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대학교를 통해서 이용한다. 나도 다행스럽게도 밴더빌트에서 구독중이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무료로 그런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신약학을 공부하는 학생 수준에서 접근성이 좋은 자료로는 Hans-Josef-Klauck의 Ancient Letters and the New Testament가 있다. 또 비슷한 자료지만 주로 그리스로마 역사 분야에서 알려진 자료는 Women's Letters from Ancient Egypt가 있다. 

 

이 책들은 간단하게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의 편지쓰기 문화에 대해서 소개하고 설명해준다. 그 이후에는 책의 대부분이 고대 그리스어 편지의 번역본으로 채워져 있다. 교수님께서 얘기해주신 건 이런 책을 하나 구비해놓고, 위에서 얘기했던 사이트나 자료에서 나오는 그리스어 원본을 참조하면 좋을듯 하다. 

 

아래는 파피루스 원본이다.

파피루스를 참고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는 두가지가 있다.

파피루스.info https://papyri.info/

트리스메기스토스 https://trismegistos.org

 

두 사이트 중에서 트리스메기스토스는 TM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TM의 경우는 파피루스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주고 있다. 원래 학계에서 통용되는 고유번호가 파피루스마다 따로 있기는 한데, 아마 TM 자체적으로도 고유번호를 일일히 부여하는 중이다. 이 사이트에서 자료를 열어보게 되면 저런식으로 헬라어가 나온다. TM의 경우는 심지어 단어마다 문법 정보를 알려주고, 특정한 단어를 클릭하게 되면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여 해당 단어를 사용하는 모든 파피루스를 보여준다. 

 

다만 파피루스를 찾아보는 방식은 파피루스.info가 더 간결해서 거기서 찾은 뒤에 TM으로 넘어가서 헬라어를 읽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밑의 그림은 P.Mert 2.82라고 불리는 파피루스다. 

P.Mert. 2.82라는 고유번호를 가진 파피루스 편지. "니케가 베레니케에게" 라는 부제목을 학자들이 붙였다.

 

직접 보고 싶다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자: 링크

 

이건 2세기 후반경 쓰인 파피루스다. 파피루스를 직접 보고 있으면 초심자는 당연히 아무것도 못 알아볼수 밖에. 다행히 UC버클리에서 연구하고 온 뒤에는 나름 눈에 익어서 그런지 볼만하다. 그래도 파피루스를 보고 편집본을 온라인으로 읽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다만 실제 파피루스 원본 사진이 공개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몇가지 관찰하게 된 점을 살펴보자. 

  • 초반 인사말을 보면 κυρίᾳ가 나온다. κυριος의 여성형인데 존경하는 여성 상대방을 지칭할 때 쓰이는 건가 싶다. 이 책에 있는 많은 편지 중에 여성이 수신자인 편지는 꽤 자주 해당 단어가 등장한다.
  • 편지를 보내거나 배달된다고 할 때는 많은 경우 διδωμι를 사용한다.
  • 신들에게 어필하는 문장이 있다. "만약 신들로 인해 내가 나아진다면"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편지의 앞에는 "네가 평안하길 기도한다, 그리고 여기서 항상 너를 위해 신들 앞에서 예를 갖춘다" 라고 한다. 편지의 말미에는 다시 "네가 평안하길 신들에게 내가 기도한다." 하고 끝난다. 크게 의미부여 할 건 없고, 그냥 그리스로마 사회가 당연하게 신이라는 개념이 통용되었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 헬라어의 특성상 당연한거지만 꽤 많은 표현이 속격으로 대체된다. 예를 들어 "니케, 그녀의 자매"라고 하면 그냥 Νείκης ἀδελφῆς라고 되어 있다. 편지들이 대부분 이런식으로 처리된다. 물론 실제로 가족인지는 잘 모르겠다.
  • 인상적인건 편지 말미에 편지를 대필해준 사람 이름이 적혀 있다: "나, 사라파몬은 너에게 인사를 보내고 히에라티케도 인사를 건넨다." 편지 자체는 니케라는 사람이 베레니케에게 보낸 건데, 대필자가 말미에 떡하니 써있다. Bagnall과 Cribiore가 분석하기에는 사라파몬이 거의 그대로 불러준걸 받아쓴것이다. 오탈자가 많이 없는걸 봐서 사라파몬이 꽤 숙달된 대필가인듯 한데, 막상 편지의 내용 자체는 비슷한 얘기가 몇번 반복되는 걸 보고 그렇게 분석한듯 하다. 

그 외에도 P. W. Pestman이라는 학자가 만든 The New Papyrological Primer라는 개론서가 존재한다. 아카이브.org에 공개되어 있으니 모두에게 접근이 가능하다.  https://archive.org/details/newpapyrological0000pest

 

이 책은 그야말로 개론서다. 개론적인 정보와 직접 읽어볼 수 있도록 파피루스로 된 여러 문서들을 종류별로 편집해서 넣어놨다. 다양한 장르의 문헌을 읽어보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기 때문에 아마 편지와 같은 특정한 장르 뿐만이 아니라, 왕가 발행 공식문서라던가, 계약서라던가 하는 등의 문서도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