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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및 소개/📕성서학 책 리뷰

The So-called Jew, in Paul's Letter to the Romans(2016) - 3

by 성서학 대학원생 2024. 7. 15.


📌 The So-called Jew, in Paul's Letter to the Romans (3)

몇주 전에 이어서 이 책의 한꼭지를 리뷰해본다.

📌 Matthew Novenson, The Self-Styled Jew of Romans 2 and the Actual Jews of Romans 9-11

 


매튜 노벤슨은 최근 북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신약학자 중 한명이다. 에딘버러 대학에서 헬렌 본드와 함께 가르치면서 여러 저작을 통해 나름의 명성을 쌓았는데, 다음학기부터 본인이 수학했던 프린스턴 신학교의 석좌교수로 가게 되었다. 한국에 번역된 책은 아직 없지만 그의 저작 중에서 하나 정도 번역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이 전문 학술서적이라 쉽지 않을듯 하다.

몇 주 전에도 올렸듯이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번째로 로마서 1-3장에 대한 Thorsteinsson의 해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해석이 열어주는 로마서 해석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두번째 특징은 철저히 유대교 안의 바울 진영의 학자라면 어떤 방식으로 로마서를 해석하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노벤슨은 그 중에서도 Thorsteinsson의 롬 1-3장을 받아들인다면 어떤 방식으로 롬 9-11장을 해석할 수 있을지 보여준다.

📌 노벤슨의 논지

대략적인 논지는 이렇다. Thorsteinsson은 롬 2:17-29에서 바울이 언급하는 자들의 정체성이 이방인이지만 유대교의 관습을 따르는 개종자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롬 9-11장에서 언급되는 이들은 개종자들이 아니라 유대인이 확실해 보인다. 만약 롬 2:17-29에서 바울이 비판하는 자들이 이방인 개종자들이 맞다면, 바울이 롬 9-11장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유대인들에 대해 바울이 실제로 비판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 롬 9-11장에서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판이 맞기는 한 것인가?

바울은 롬 2:17-29에서 유대인 워너비들에게 꽤 강도높은 표현으로 "도둑" 혹은 "간음"을 한다고 비판을 했다. 이러한 표현은 이방인들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됐다. 반면 이러한 표현은 롬 9-11장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바울은 이방인들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했는가? 우리가 알고 있듯이 롬 3:9을 비롯한 다른 표현을 보더라도 바울이 분명 유대인들 역시 이방인과 동일하게 죄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롬 9-11장에서 바울이 언급하는 유대인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기존의 해석 중 하나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모두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려 했고, 바울이 이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여겨왔다. 혹은 롬 9-11장이 로마서의 중심부분이 아니라고 치부하고 기존에 바울이 어딘가에 써놨던 부분을 삽입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다. 이에 대한 최근의 해석 중 하나는 바울이 묵시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모든 사람이 죄라는 거대한 세력 아래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노벤슨도 약간 이런 입장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롬 9:32에 읽으면 유대인들은 "믿음을 의지하지 않고 행위를 의지함"이라고 바울은 얘기한다. 이 표현만 뚝 떼서 읽으면 안되고 31-33까지 이어서 읽어야 어느정도 노벤슨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유대인들은 피스티스(믿음/노벤슨은 faith가 아니라 trust라고 번역한다)가 아니라 에르곤(행위/works)을 따라서 의의 법(롬 9:31)을 따라갔다. 여기서 우리의 현대식 신앙생활을 대입해서 생각하면 곤란하다. 적어도 학문계에서 진행되는 논의 가운데 초기 기독교, 특히 바울의 생각 속에서 생각되는 "구원"과 "신앙생활"은 아직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의의 법에 이르기 위해서 율법을 지켰지만, 바울의 표현에 따르면 그들은 법에 이르지 못했다. 더 나아가서 바울은 그들이 돌부리에 걸렸다고 한다. 문제는 이방인들은 의를 쫓지 않았음에도 의를 얻었다. 이에 대한 '증명'을 바울은 이사야서 28:16을 통해서 한다. 여기서 노벤슨의 생각에 '돌부리'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한 사실, 즉 사도들이 전한 그 ευγγελιον/복음이 돌부리였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더 나아가서 노벤슨의 생각에 이는 로마 회중들 가운데 있는 자들을 향한 직접적인 비판이 아니라 "유대인의 문제"에 대한 바울의 진단이다. 왜냐하면 롬 2:17-29은 2인칭으로 표현되지만 롬 9-11장은 지속적으로 3인칭으로 표현되고 있다. 즉, 유대인의 문제는 그들이 의의 법에 이르도록 법을 꾸준히 지키고 순종해왔지만 계시하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전한 사도들과 그 복음에 대한 "피스티스"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롬 9-11장의 유대인들은 롬 2:17-29의 이방인들에게 얘기했던 "도둑" 혹은 "간음"과 같은 이방인들에게 해당된 죄를 짓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유대인들은 의의 법에 다다르기 위해서 율법을 지켜왔지만 돌부리에 걸렸고 법의 완성에 이르지 못했다. 바울의 생각 속에 그 법의 완성이란 묵시적인 것이다. 즉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곧 세상의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증거인데 유대인들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바울의 생각이다.

📌 내 생각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을 따라서 "의의 법"을 따라서 가는 것이 그들이 당연하게 여긴 신앙의 형태이며, 학자들에 따르면 바울도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갈라디아서에서 읽듯이 바울은 계시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서 증거하는 사도로서 자신이 세워졌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샌더스가 얘기하는 "plight to solution"이 아닌, "solution to plight"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종교개혁의 바울 해석이 얘기하는 "죄의식"이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이신칭의"라는 해결방법을 샌더스는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엄연히 바울은 "해결방법"으로부터 출발하여 "문제의식"을 정리했다고 얘기했다. 바울이 "그리스도에 대한 계시"라는 강력한 사건과 체험을 하고난 뒤에 강한 확신에 붙들려 유대인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결국 노벤슨이 이 아티클에서 롬 9-11장에서 유대인/교 대해서 바울이 문제 삼는 바가 샌더스가 얘기했던 바와 다르지 않게 여겨진다. "이것이 바로 바울이 유대교에서 발견한 문제다: 유대교는 기독교가 아니다."(PPJ 바파유, 원서 552쪽)

노벤슨의 학문적 입장을 내 맘대로 정리해보자면 베벌리 가벤타와 파울라 프레드릭슨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고 보여진다. 프린스턴 출신으로 가벤타의 제자이기 때문에 묵시적 바울해석의 영향을 크게 받은 느낌이 난다. 한편으로 개신교 진영에 속한 학자이지만 유대교 안의 바울 진영 안에서 활발하게 활약해왔다. 그래서 더욱 노벤슨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개신교인이 유대교 안의 바울에 진영에 속했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바울을 해석하는가? 적어도 이 아티클만 읽었을 때는 샌더스의 결론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학문적인 면은 아니지만 파울라 프레드릭슨이 글쓰는 방식에 꽤 영향을 받은듯 하다. 프레드릭슨은 대중서적을 많이 써온 사람으로서 어려운 표현을 피하고 최대한 쉬운 단어를 골라쓰는 면모가 있는데, 노벤슨도 왠지 그런 영향을 받은 것처럼 아티클을 쓴다. 분량이 적은 아티클만 읽어보았을 때 노벤슨의 문장이 그리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게 하면서도 아닌건 아니라고 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증거에 기반하여 탄탄한 논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논증한다. 굳이 화려하게 미사여구를 섞어가면서 말하기보다 때때로 적절하게 비유적 표현이나 관용적인 표현을 섞어가면서 학생에게도 접근성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 다만 영어로만 말이 되는 표현을 종종 쓸 때가 있어서 한국말로 번역하기는 역시나 쉽지 않겠다는 인상이 든다.

매튜 티센, 매튜 베이츠와 더불어 "매튜 삼인방"(?)으로 불려도 될 정도로 이 셋은 젊은 학자들 중에서 주목받는 사람들이다. 티센이 트위터에서 얘기하기로는 셋다 박사과정 지원할 때 같은 학교에 3명 모두 인터뷰에 초대받았다고 한다. 그 때 셋 다 매튜라서 다들 헷갈려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