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준 박사님이 쓰신 인류 최초의 문명과 이스라엘은 이름 그대로 고대 근동의 문명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보여주는 책이다. 고대 “근동”이란 현재의 중동 지역을 의미한다. 근대 서양 사람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현재의 중동 지역을 가까운 동쪽이라고 해서 Near East라고 불렀는데 그게 번역된 것이 근동이다. 현재까지도 서양에서는 해당 지역의 고대시대를 지칭할때 Ancient Near East라고 부르고, 종종 다른 이름을 쓰고자 하는 대학들도 있지만 통일된 대체어가 없는 형편이다.
고대 근동학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아주 낯선 학문인데 주원준 박사님은 이를 소개하기 위해서 여러모로 긴시간 노력해오신 분이다. 그 전에도 구약성경과 신들과 같은 저작으로 고대근동의 요소들을 소개해오셨는데 이 책은 본격적으로 고대근동학을 소개하는 훌륭한 개론서다. 사실 CLC의 미에룹의 고대 근동 역사, 한국문화사 메소포타미아 역사나 고대 오리엔트 역사와 같은 책들이 이미 번역되어 있긴 하지만 일반대중이나 고대근동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장벽이 높다. 그에 반해 이 책은 깔끔한 문체와 적절한 표와 자료를 활용하여 어려울 수 있는 학문을 쉽게 소개하고 있다. 쉽게 쓰이는 한편 심화학습을 위한 다양한 책이나 자료를 폭넓게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고, 더 나아가서는 그 책들을 활용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주고 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고대근동학에 대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고대근동은 소개할 때부터 난해하기 짝이 없는 학문인데 그 이유는 워낙에 방대한 기간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33세기(!)경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에서 시작하여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정복을 마지막으로 보통 고대근동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시대는 학계에서 초기, 중기, 후기 청동기나 철기시대에 번호까지 붙여가며 부르지만 주원준 박사님은 간결하게 기원전 3천년대, 2천년대, 1천년대로 소개하신다. 3천년기라는 것은 BC 2000년대를 지칭하는 것이고, 2천년기는 BC 1000년대를 의미하며 1천년대는 BC 900~300년대를 지칭한다. 이는 최근 몇몇 학자들의 개론서를 참고하신 구분인듯 하다.
고대근동학은 크게 4가지 지역으로 나뉘는데 1) 아나톨리아, 2) 메소포타미아, 3) 시리아-팔레스타인, 4) 이집트 지역이 그것이다. 우리가 다 아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을 끼고 있는 고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일부 지역이 고대근동 세계의 중심지에 해당하는데, 그 주변으로 북쪽에 아나톨리아, 서쪽에 시리아-팔레스타인, 더 남쪽으로 가면 이집트가 있는 형국이다. 아나톨리아는 현대의 터키에 해당한다. 언어적으로 구분하는 법도 있는데 아나톨리아, 북서셈어, 동부셈어, 남부셈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대근동학은 시간이 멀어질수록 자료가 희박하고 가까워질수록 자료가 많아지기도 하지만 특정한 시대나 지역에 따라서 자료에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1천년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대와 지역은 고고학적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 학자들의 최고의 친구는 비문과 도자기등 갖가지 유물에 쓰여 있는 문구이며 토판이라도 발굴되면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하고 빌어야 하는 형국이다. 기원전 1천년기에 다가오게 되면 파피루스라던가 양피지에 쓴 자료들이 존재하지만 그 이전까지의 글이라는 것은 토판에 쓰였다. 토판은 진흙을 잘 말린 것인데 건조한 지역에서 오래도록 살아남게 되어 3천년에서 4천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게된 고마운 유물들이다.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한밭도서관에 신청해서 바로 받아읽었는데 단숨에 이틀 안에 독파했다. 내 독서 속도는 형편이 없으니 오히려 주원준 박사님이 책을 접근성 좋게 훌륭하게 쓰셨다는 반증이 되지 않을까? 박사님은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라고 하시는데 이는 한국에서 고대근동학 만큼이나 낯선 개념이다. 아주 낯선 2가지 요소가 만나 이런 훌륭한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덕분에 미에룹의 고대 근동 역사도 알게되어 금방 읽고 현재는 레스터 그래비의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읽고 있다. 고대근동부터 시작해서 헬레니즘 시대를 지나 그리스로마 시대까지 책을 읽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내년 여름까지 독서가 다 가능할까 싶다.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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