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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및 소개/📕성서학 책 리뷰

마르크 반 드 미에룹, 고대 근동 역사를 읽고(1): 3천년기, 2천년기

by 성서학 대학원생 2022. 12. 24.

고대 근동 역사를 읽고(1): 3천년기, 2천년기

고대 근동 역사를 읽고(2): 1천년기와 아시리아



저번에 소개한 주원준 박사님의 인류 최초의 문명과 이스라엘에 이어서 마르크 반 드 미에룹의  고대 근동 역사를 읽었다. 원래 고대 근동 역사보다 클라아스 R. 빈호프의 고대 오리엔트 역사를 읽고 있었는데 중간쯤 읽다가 이 책으로 갈아탔다. 이 책의 번역체가 좀 더 내 눈에 잘 들어왔다. 빈호프의 고대 오리엔트 역사와 미에룹의 고대 근동 역사의 차이점은 이집트 역사를 다루는가의 유무라서 이집트의 역사까지 보고 싶다면 빈호프의 책을 읽으면 될 것이다. 미에룹의 책도 이집트를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가 다른 근동 세계와 충분한 영향력을 주고 받았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하게 다루고 있다. 

 

이 글을 쓰다 알게 된 것이지만 미에룹의 고대 근동 역사 3판이 이번달에 출간되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2판을 빌려읽었다. 3판에는 한 30페이지 분량이 새로 추가되었는데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페르시아 제국 통치 기간 그 지역의 지배와 연속성"에 대한 내용이라고 한다. 참고해보면 좋겠지만 일단 이번에는 여기까지...

 

먼저 미에룹도 근동 역사를 천년기씩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천년기로 칼 자르듯이 소개하는 게 아니라 각 시기에 특징적인 이름을 붙였다. 

 

1부: 도시 국가(3천년기)

2부: 영토 국가(2천년기)

3부: 제국(1천년기) 

 

각각 시대마다 점점 발전함에 따라서 나타나는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에 따라서 시대의 이름을 붙였다. 단순히 3천년기, 2천년기라고 부르는 것보다 좀 더 접근성이 좋다고 느껴졌다. 각 국가들이 시대마다 어떤 느낌으로 형성 되었는지도 한눈에 다가온다. 이번 글에서는 3천년기와 2천년기로 나눠서 쓰려한다. 

 

📌 3천년기 이전 

미에룹은 3천년기를 1부로 잡았지만 그 이전에 있던 역사도 간략히 소개한다. 3천년기는 수메르가 처음 등장하였고, 3천년기 이전쯤에 수메르의 도시 우룩을 따서 "우룩 현상"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그 전에도 우바이드(5500-4200 BCE)같은 현상도 있지만 그 부분은 건너뛰고 책에서 우룩 현상부터 설명한다. 아마 이어지는 3천년기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듯 하다. 수메르의 우룩은 2.5에서 5만명 가까이 되는 인구가 거주햇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룩에서 발견된 여러 특징들이 메소포타미아 인근 다른 지역에서 심심찮게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것이 우룩이 식민지를 세운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분석도 한다. 우룩 시기는 특히 설형문자가 서서히 등장하게 되는 시기로서 어떤 이들은 원시-문자 문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 3천년기와 도시 국가들 

3천년기의 경우 걸핏하면 "자료가 부족하여..."라는 말이 뒤따른다. 사실 시대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듯 하다. 한편으로 이 시기에 일어난 일들이 전설처럼 전승되어서 후대 문헌에 기록 되기도 하였다. 아마 고대의 영웅처럼 묘사되는 인물들은 이 시기에 도시를 다스리는 왕이거나 지도자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구약성경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대문헌에 기록된 대홍수의 실제 모티프가 이 시대에 일어났을 가능성을 고대근동 학자들은 주장한다. 

 

아카드 제국이 메소포타미아 일대를 통일한 것으로 알려졌고 사르곤과 나람신이 왕으로서 세운 업적들이 후대에도 전설과도 같이 전해진다. 아카드 제국은 이후에는 아시리아와 바벨론으로 갈라지게 된다. 그 외에 엘람, 아모리인들이 있었고 이 시기는 도시국가, 글과 문자, 관료제가 생겨나는 시기였다. 

 

아모리인들은 시간이 흘러 바빌로니아로 발전하고 수메르는 우르 3왕조를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그 중 일부가 아시리아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3천년기에서 2천년기로 넘어가면서 어떤 학자들은 첫번째 "암흑 시대"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 2천년기와 영토 국가와 풍성한 문헌자료

2천년기로 넘어오게되면 가장 빛나는 왕은 함무라비다. 고대 바빌로니아를 세운 그는 이전 아카드 제국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놀라운 업적을 이룬다. 이집트는 같은 시기 중왕국 시기였고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히타이트가 태동하고 미타니가 등장했다. 같은 시기의 시리아-팔레스타인에서는 딱히 이렇다할 힘을 가진 국가가 없었고 이들은 주변국에 의지해야 했다. 

 

이 시기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대였는지 무역도 많고 농사를 짓는 것도 복잡한 소작농 시스템을 갖춘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이 시기의 문학에서 영웅이나 왕이 소작농들이 진 빚을 갚아주는 메시아적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중요한 문헌인 우가릿에서 발견되는 여러 문헌들이 이 시기의 것이다. 이 문서들은 당시 팔레스타인과 가나안 땅에 대한 꽤 자세한 기록을 보여준다. 또한 아카드 문학이 상당히 유행했다. 길가메시 서사시나 종교의식에 대한 문서들과 여러 시들이 제작되고 마르둑 신앙에 대한 창조 신화 문헌들도 있었다.  문헌이 발전했다는 것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왕정 제도가 존재했으며 문화의 힘이 대단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