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F. 브루스, 신약사를 읽고
Bruce, Frederick Fyvie. 「신약사」. 나용화 역.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2014.
Bruce, Frederick Fyvie. New Testament History. New York: Doubleday, 1980.
요약
F. F. 브루스의 신약사는 1960년대에 쓰인 역사책으로서,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서문에 밝히듯이, 이 책은 신학서적으로 분류되겠지만 신학서적이라기 보다는 역사학서적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신약의 역사는 신학적인 암시와 영향을 주지만, 이 책에서는 다루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이 책을 저술했다는 것을 밝히며, 비록 이 책은 신학서적은 아니지만 역사적인 근간을 바르게 다졌을 때 신학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신약사는 총 30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의 제목들이 장의 내용을 몇 단어로 요약해준다.
첫 번째 장은 신구약 중간기의 내용을 다룬다. 알렉산더 대왕의 헬라 제국 이후 신약의 무대가 되는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했던 왕조들 혹은 지배자들을 중심으로 살핀다. 그러나 로마와 같은 대제국이 포함되는 역사인 만큼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들의 정세 역시 자연스럽게 언급된다.
두 번째 장은 헤롯 왕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안티파스, 아켈라오, 빌립 등 다양한 헤롯 왕가의 상황들이 언급된다.
세 번째 장은 기원후 6년 이후부터 로마의 식민지로 전락한 유대 땅의 총독들을 살핀다. 언급되는 유대 총독들은 코포니우스, 마르쿠스 암비비우스,
발레리우스 그라투스, 본디오 빌라도들인데, 이 중에서도 빌라도는 유대인들과 구체적인 갈등들도 언급되고 있다.
네 번째 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시국가를 중심으로 한 철학이후 에피큐리언학파와 스토익 학파등으로 발전되는 철학학파들을 살핀다.
다섯 번째 장은 유대인들의 대제사장들을, 여섯 번째 장은 하시딤과 바리새인, 그리고 사두개인 등의 유대인 계파들에 대한 내용을 남았다.
일곱 번째에서는 에세네파를 살피는데, 이는 사해사본과 쿰란공동체의 영향으로 보이며, 쿰란 공동체 자체는 아홉 번째 장에서 언급된다.
여덟 번째 장은 신약성서에서도 짧게 언급되는 열심당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열 번째 장은 메시야에 대한 유대인들의 열망과 소망을 언급하며, 대부분 군사적인 메시야를 희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린다.
열한 번째 장은 유다와 이스라엘 멸망 이후부터 1세기 유대교의 상황을 살핀다.
열두 번째 장부터 본격적으로 신약성서에도 다수 언급 되는 내용들이 나오는데, 그 중 침례 요한이 열두 번째 장에서 다뤄진다.
열세 번째부터 열다섯 번째 장 까지는 예수에 대한 내용인데, 차례대로 하나님의 나라, 세상의 나라 그리고 심문과 처형이라는 제목을 가진다.
열여섯 번째와 열일곱 번째 장은 초대 예루살렘교회와 스데반, 빌립, 헬라파등 예수 이후의 초기 기독교 교회와 교인들에 대해서 다룬다.
열여덟번째 장은 바울의 배경과 회심이전과 회심 이후 초창기의 삶을 포함한다.
열아홉 번째 장은 칼리굴라 황제 치하에서의 내용을 다루고, 스무 번째 장은 헤롯 아그립바에 대해 다룬다.
스물한 번째와 스물두 번째 장은 초대 이방 교회와 이방인들을 둘러싼 예루살렘 회의에 대한 내용들을 포함한다.
스물세 번째 장에서는 클라우디우스 황제와 기독교의 상황을 살폈다.
스물네 번째와 스물다섯 번째 장에서는 마게도냐, 아가야 그리고 에게 연안 전도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스물여섯 번째 장에서는 헤롯 아그립바의 죽음 이후에 유대 땅의 총독이 된 사람들을 살펴본다.
스물일곱 번째 장에서는 바울의 삶의 마지막 시기를 살펴본다.
스물여덟번째 장은 예루살렘 교회의 상황을 AD 70년 경 성전 멸망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포함한다.
스물아홉번째 장은 로마에서의 기독교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고,
서른 번째 장에서는 1세기 말기의 기독교의 상황을 알아본다.
비평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이 이 책은 역사책이다. 신약 성서에 언급된 사건들은 비유와 예언을 제외하면 실제로 있던 사건들이다. 그러나 현대에 성서를 해석하고자 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신약성서의 뒤에 깔려있는 역사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천년이 지나서야 성서를 해석하는 신학도는 신약시대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신약 역사를 충실히 알리고자 하는 브루스의 노력은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브루스의 노력이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은 예수가 언급되는 부분이다. 신구약 중간기, 헤롯대왕처럼 성서의 내용에 영향만 주고 중심에 있지 않은 요소들은 충분히 큰 신학적인 편견 없이 저술이 가능해보인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을 지닌 신학자가 예수에 대해서 저술하면서 역사적으로 신학적인 편견 없이 저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예를 들면, 브루스는 열세 번째 장 초입에서 예수에 대해 언급하며 예수가 로마 역사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비유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브루스는 성경 외에 다른 역사적인 문헌도 살피며 예수를 알아본 뒤, 성경에서 나오는 예수를 살핀다. 이때에도 특정한 신학적인 입장을 지지하기 보다는, 성경에서 예수와 관련되어 언급되는 사건들을 차례대로 살핀다.
물론 브루스는 신앙을 가진 신학자인 만큼, 기독교인으로서의 모든 관념과 입장을 내려놓고 완벽히 객관적으로 사건을 진술하지 않는다. 브루스의 책은 성서해석을 더욱 돕는데 목적을 둔만큼, 성서와 관련된 역사지식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책이름이 팔레스타인사 혹은 중동사가 아니고 신약사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로마가 전 유럽과 중동을 지배하던 시절의 팔레스타인 역사를 살피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신약과 관련한 역사를 알고자 하는 게 이 책의 목표다.
책의 목차를 처음 피면 다소 딱딱하고 규칙 없이 나열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그렇지 않고 나름대로의 순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장은 신구약 전반기에 대한 전체적인 역사를 살펴본다. 그 후 두 번째 장부터 아홉 번째 장까지는 신약과 관련된 다양한 세력들에 대해 차례대로 저술했다. 열 번째와 열한 번째 장은 유대교와 관련된 내용을 담았고, 열세 번째 장부터 열다섯 번째 장 까지는 예수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후의 내용들은 모두 연대 상으로 사도행전 이후부터 나오는 내용들인데, 열일곱 번째부터 스무 번째 장 까지는 인물에 관해서 살핀다. 이후의 순서는 딱히 구분 없이 나열된 느낌이다. 저자가 일부러 순서를 정해서 구역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구난방으로 작성되지는 않았다. 굳이 자세하게 구분하지 않아도 복음서에 관한 내용들로 시작해서 사도행전 이후와 관련된 내용들로 넘어가는 단순한 순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확실한 구역별 구분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구역별 구분이 더 확실했다면 특정한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할 때 더 쉽게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구역별 구분 없이 쭉 나열된 장도 아쉽지만, 더 아쉬운 건 구체적인 순서이다. 예를 들어 바울의 경우 예수를 제외하고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두 장이 할애 된 인물이다. 바울은 열여덟 번째 장에서 그의 회심 전의 삶이 처음 언급된 뒤 한참 뒤에 스물일곱 번째 장이나 되서야 전도자로서의 바울이 언급되는데, 이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 예수는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각 장들을 모두 붙여 놓았는데, 바울은 굳이 떨어트려 놓은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이의 장들에서 바울을 항상 언급하는 것도 아니다.
선교에 대해 설명한 스물네 번째와 스물다섯 번째 장에서는 바울이 자주 언급되지만, 그 사이에 칼리굴라, 헤롯 아그립바, 그리고 클라우디우스 황제에 대한 내용에서는 바울에 대한 내용이 없거나 거의 찾기가 힘들다.
또 초기 기독교에 대한 내용도 약간 중구난방으로 퍼져있다. 열여섯 번째 장에서 처음 언급되는 교회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 스물두 번째 장, 그리고 스물여덟 번째 장쯤에서야 기독교에 대한 내용들이 다시 언급된다. 구체적인 교회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같이 붙어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에게 이 책이 유용한 점은 구체적인 성경구절 언급이 많다는 점이다. 기독교가 막 발생하던 시기의 유대교에 대해 설명할 때도 마가복음, 마태복음, 사도행전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언급된다. 역사책 속에서 성경구절을 다양하게 예시로 드는 것은 성서가 단순한 신앙 서적을 넘어서서, 사실적인 사건들에 대해 진술한다는것을 자연스럽게 각인시켜준다는 장점도 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성서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책의 목적 자체가 성경의 해석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걱정되는 점은 아니다. 애초에 “신약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책을 읽게 될 독자층에 대해 시사 하는 바가 있다.
역사책이라 해서 단순히 연대별로 시간대를 나누어서 보지 않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 제사장들, 바리새인, 하시딤, 사두개파 에세네파, 열심당, 쿰란공동체와 같이 신약의 역사에 중요한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사두개파와 바리새파가 사실은 그다지 친한 자들이 아니었고, 예수를 죽이기 위해 작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유대 종교지도자들이 종파를 막론하고 예수를 얼마나 성가시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바리새파, 사두개파, 열심당과 같은 정치적인 색을 띄는 자들의 역사를 앎으로서 유대인들이 구원자, 메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대도 알 수 있다.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은 사마리아인에 대해 언급하는 챕터나 병든자들등 사회적 약자 층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기대했으나 책에서 찾지 못했던 부분은 다소 구체적이고 세세한 부분들이다. 예를 들면 목수나 어부와 같은 직업은 1세기 유대인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직업이었나? 예루살렘이 당시 팔레스타인의 중요한 도시라는 것은 알겠는데, 베들레헴, 나사렛, 갈릴리 지방 같은 곳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나? 하는 등의 궁금증들을 잘 채워주지 못한다. 물론 “신약사”라는 방대한 제목에 비하면 주어진 분량이 적기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봐야하겠지만, 그래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정리하자면 신약시대의 전체적인 맥락과 각각의 세력들, 그리고 초기교회사의 일부분을 살피는데 특화된 책이다.
챕터의 배열이 뜬금없고 두서없다거나, 다소 정신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살피거나, 부분적으로 단편적인 면만 살피려 해도 훌륭한 책이다.
2016년 10월 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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